Tag: 늑대 인간

  • “그녀가 알파의 상속자를 데려갔다” 소설 by Dewdrop J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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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신 3개월 차, 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의식이 흐릿해지는 와중에도 남편 알파 에단의 번호를 계속해서 눌렀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고통 속에서 겨우 정신을 차렸는데, 남편의 첫사랑인 이비가 인스타스램에 올린 게시물을 보게 되었다.

    [알파, 내가 어둠을 무서워한다는 걸 알고 밤새도록 내 곁을 지켜줘서 고마워.]

    [오늘 모든 일정과 업무를 취소하고 나와 함께 경매에 참석해주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물까지 줬어. 너무 행복해!]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내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중상을 입었을 때, 남편은 다른 암컷 늑대와 함께 밤을 보냈다는 것을.

    나는 담담하게 ‘좋아요’를 누르고 게시물을 닫았다.

    남편이 첫사랑을 선택했다면, 나는 그 선택을 존중해 줄 것이다.

    7일 후, 나는 아이와 함께 남편의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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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알파의 상속자를 데려갔다 제1화 반려 계약해지

    리안나 시점.

    임신 3개월 차, 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의식을 잃기 직전, 남편 알파 에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고통 속에서 눈을 뜬 나는 남편의 첫사랑 아이비가 SNS에 올린 사진을 보았다.

    [알파가 너무 고마워요. 제가 어둠을 무서워한다는 걸 알고 밤새도록 저와 함께 있어 줬어요.]

    [게다가 오늘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저와 함께 경매에 참석해 저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물을 주겠다고 했어요. 정말 너무 행복해요!]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내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중상을 입었을 때, 그는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담담하게 좋아요를 누르고 SNS를 닫았다.

    그가 첫사랑을 선택했다면, 나는 그를 놓아주면 그만이다.

    7일 후, 나는 아이와 함께 그의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나는 허약한 몸을 이끌고 반려 해지 계약서를 손에 쥔 채 저택으로 돌아왔다.

    무거운 참나무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니 거실의 불은 모두 꺼져 있었다.

    어두운 거실. 익숙하고도 커다란 실루엣이 소파에 앉아 있었고, 온몸에서 최상위 알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압박감을 뿜어 내고 있었다.

    그는 바로 나의 남편이자 나의 알파, 에단이다.

    “이제야 돌아왔어?”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몇 걸음 만에 내 앞에 다가왔다.

    그는 내 손목을 세게 움켜쥐었다. 힘이 어찌나 센지 뼈가 부러질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리안나, 오늘 아이비의 SNS에 좋아요를 누른 건 대체 무슨 의미야?”

    그는 혐오감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이비는 이제 막 귀국해서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어. 자극을 받으면 안 된다고! 일부러 좋아요를 누른 건, 너야말로 내 루나라는 걸 아이비에게 귀띔하려는 거야?”

    그를 바라 보는 내 시선이 점점 흐릿해 졌다.

    3년 전, 에단은 실버 독에 중독되어 두 다리가 마비되었고

    아이비는 그를 버리고 해외로 떠나 버렸다. 그 일로 큰 충격을 받은 그는 매일 술에 취해 지냈다.

    당시, 가시 울프의 주선으로 나는 그와 결혼했다.

    지난 3년 동안, 나는 그의 아내일 뿐만 아니라 그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존재였고, 그의 이동식 혈액 창고이자 치료 도구였다. 덕분에 그의 몸은 드디어 건강을 되찾았다.

    하지만 지금, 그는 다정함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얼굴로 차가운 숨결을 내 목에 내뿜으며 말했다. “경고 했지! 질투 좀 적당히 하라고!? 철 좀 들면 안 돼?”

    ‘철 좀 들라고?’

    그의 말은 비수가 되어 날아와 이미 무감각해진 내 심장을 찔렀다.

    그는 내가 두 시간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전복 된 차 안에서, 나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그에게 전화를 걸어 나와 뱃속에 있는 아이를 구해달라고 도움을 청하려 했다.

    하지만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이비가 몸이 좀 안 좋아서 지금 자리를 비울 수 없어. 네 일은 네가 알아서 처리해.”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찌그러진 운전석에서 기어 나왔고, 폭우 속에서 3km를 걸은 뒤에야 지나가는 차를 겨우 세울 수 있었다.

    “미안해.” 나는 눈빛에 비친 절망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게.”

    내가 이렇게 빨리 잘못을 인정할 줄 몰랐던 걸까?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에 담긴 분노가 조금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내, 그는 의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는 내 손목을 놓아주고는 내 흐트러진 머리와 창백한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하인들이 네가 하루 종일 돌아오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하더군.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야?”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어제 계속해서 나한테 전화를 걸었잖아? 아이비와 기 싸움을 하려고 그런 거였어?”

    “아니.” 나는 가슴속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억누르고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울프의 물자 조달에 문제가 생겨서 처리하고 왔어. 바쁜 와중에 휴대폰을 잃어 버린 것 같아.”

    나는 손에 쥔 서류를 그의 앞에 내밀었다. “이건 이번 분기 재무 보고서와 네가 사인이 필요한 할 영지 계약서야. 내일 아침 행정처에서 사용해야 하니 지금 사인해 줘.”

    에단은 서류를 받아 탁자 위에 던졌다.

    그는 내 일 처리 능력을 믿었다. 지난 3년 동안, 나는 루나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으니까.

    나는 그를 대신해 번거로운 부족 업무를 처리했고, 실버 독에 중독되어 자제력을 잃은 그가 미친 듯이 내 몸을 탐할 때도 나는 내가 그의 반려라는 걸 되새기며 그의 짐승 같은 욕구를 묵묵히 감당했다.

    그는 소파에 앉아 펜을 들더니 서류 맨 아래에 빠르게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그는 몰랐겠지만 복잡한 그래프들로 가득한 서류들 중, 맨 아래에 위치한 서류는 사실 바로 반려관계 해지 계약서였다.

    그가 사인만 한다면, 계약서는 7일 후에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그와 나를 강제로 옳아 맨 연결 고리는 완전히 끊어져 버릴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그는 자유를 되찾을 것이고, 나는 그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사인 다 했어.” 그가 서류를 다시 내었고 손가락이 내 손등을 스쳤다.

    그 순간, 나는 마치 불에 데인 것처럼 손을 뒤로 뺐다.

    에단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리안나, 지금 나를 피하는 거야?”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큰 그림자가 나를 완전히 뒤덮었다.

    그는 손을 뻗어 긴 손가락으로 내 턱을 들어 올리더니 강제로 눈을 맞췄다.

    그의 눈빛에는 원시적인 소유욕이 가득 담겨 있었고, 그것은 알파가 배우자에게 보이는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오늘은 우리 결혼기념일이야.” 그의 낮게 깔린 목소리와 함께 그의 손이 내 턱에서부터 목으로 미끄러졌고 그의 까칠까칠한 손가락이 내 목젖을 건드렸다.

    그의 손은 뜨거웠지만, 내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때, 그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화면에는 ‘아이비’라는 이름이 깜빡거렸다.

    에단의 움직임이 멈칫했다.

    그가 전화를 받자 아이비의 울먹임이 깃든 나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단… 나 너무 무서워. 천둥소리가 너무 커… 나랑 같이 있어 주면 안돼?”

    무의식적으로 나를 돌아보는 에단의 눈빛에 망설임이 스쳤다.

    나는 창백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 봐. 아이비는 이제 막 귀국해서 몸이 허약해. 너는 알파잖아, 울프의 구성원을 돌보는 건 너의 의무야. 나는… 괜찮아.”

    에단은 내가 비꼬는 게 아닌지 확인하려는 듯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하지만 내 연기는 완벽했고, 마치 감정 없는 나무 인형처럼 보였다.

    “드디어 루나의 책임을 다하는군.” 그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힘들었지? 아이비의 상황이 안정되면 보상해 줄게.”

    ‘보상?’

    내가 원하는 건 보상 따위가 아니라, 그가 영원히 나에게 주지 않을 편애다.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단은 즉시 몸을 돌려 문가로 다가갔다. 아주 다급한 모습이었고 마치 괴물에게 쫓기는 사람 같았다.

    그렇게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그러니 당연히 보지 못했을 것이다. 문을 닫는 순간, 허약한 몸을 더 이상 지탱 할 수 없었던 내가 벽을 따라 천천히 미끄러져 바닥에 주저 앉은 모습을.

    나는 계약서를 내려다보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위에 적힌 그의 이름을 어루만졌다.

    ‘에단, 이건 내가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야.’

    7일.

    이제 7일이 남았다. 그때가 되면 나는 더 이상 에단의 루나가 아니다.

    나는 어렵게 지켜 낸 뱃속의 아이와 함께 그의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그녀가 알파의 상속자를 데려갔다 제2화 영원한 충성

    리안나 시점.

    다음 날 아침, 햇살이 통유리 창문을 통해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갈비뼈가 부러진 나는 애써 통증을 참아가며 두꺼운 컨실러로 창백한 얼굴을 가리고 깔끔한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에단은 가시 울프의 알파일 뿐만 아니라 Voss그룹의 CEO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그의 수석 비서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에단의 가장 유능한 오른팔이자, 항상 침착하고 효율적인 직장 엘리트로만 알고 있다.

    그들은 몰랐다. 내가 바로 그늘에 가려진 채, 신분을 드러낼 수 없는 그의 반려 라는 사실을.

    에단은 나에게 늑대가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고 그래서 우리의 관계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묵묵히 기다리며 그가 마음을 돌리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회사 건물에 도착한 나는 곧장 비서실장 사무실로 향해 사직서를 그녀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사직할 거라고요?”

    비서실장은 안경을 고쳐 쓰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리안나 씨, 리안나 씨는 에단 대표님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잖아요. Voss그룹은 리안나 씨 없이는 안 돼요. 이 사실을 에단 대표님도 알고 있나요?”

    “대표님은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며 입가에 직업적인 미소를 지었다. “업무 인수인계는 며칠 안에 마무리할게요. 회사에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없을 거에요.”

    비서실장은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한숨을 내쉬며 사직서에 사인했다.

    사무실을 나선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은 차 사고로 입은 부상이 결코 눈에 보이는 것 만큼 가볍지 않다는 걸 상기시켜줬다.

    자리로 돌아가는 길, 탕비실에서 직원 몇 명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들었어요? 그분이 돌아왔대요.”

    “아이비 씨 말이에요? 어쩐지, 어제 알파가 경매장에서 100억을 들여 <월광석의 눈물> 을 낙찰 받더라고요.”

    “세상에, 그건 반려를 향한 영원한 충성을 상징하는 목걸이잖아요! 에단 대표님이 아이비 씨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 것 같아요.”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월광석의 눈물>

    3년 전, 우리가 혼인신고를 한 날, 나는 잡지에서 우연히 그 목걸이를 보았다.

    전체적으로 투명하고, 달빛 아래에서 푸른빛을 발산하는 그 목걸이는 달의 여신이 늑대인간 커플에게 선사하는 가장 진실 된 축복이라고 전해졌다.

    나는 얼굴을 붉힌 채, 사진 속 목걸이를 가리키며 에단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목걸이가 정말 예쁜 것 같아.”

    당시, 그는 사진을 흘깃 쳐다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그건 정식으로 루나 의식을 치른 반려가 착용하는 거야. 리안나, 너는 늑대로 변신도 못 하잖아. 네가 그 목걸이를 착용하면 울프의 구성원들이 반발할 거야. 철 좀 들면 안돼? 귀찮은 일을 만들지 말고.”

    결국, 목걸이를 나에게 주는게 규정에 어긋나는게 아니라 그저 내가 그 목걸이를 소유할 자격이 없었을 뿐이다.

    “리안나 씨, 알파의 사인이 필요한 서류에요. 급한 일인데 대표님께 가져다 드릴 수 있나요?” 어린 비서가 달려와 내 생각을 끊어 냈다.

    서류를 건네 받은 내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대표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나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에단은 널찍한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었고, 아이비는 그의 책상에 걸터앉아있었고 하얀 실크 드레스가 그녀를 더욱 가련해 보이게끔 만들었다.

    평소 차갑기만 했던 에단의 눈빛은 지금 이순간, 너무 부드러웠고, 아이비가 그의 목을 끌어안고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음에도 그는 거절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툭!”

    내 손에 들려 있던 서류가 바닥에 떨어졌고 여기저기 흩어진 서류들은 현재의 내 어지러운 마음과 다를 바 없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나를 돌아보았다.

    에단의 눈빛은 순식간에 평소의 차가움을 되찾았고 방해 받은 것에 대한 불쾌감까지 묻어났다.

    “노크도 안 하고 들어와?” 그가 차갑게 꾸짖었다.

    아이비는 놀란 사슴처럼 책상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태연한 얼굴로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리안나 씨, 오해하지 마세요. 전 그냥 너무 기뻐서 그랬어요. 에단 씨가 너무 귀한 선물을 주셨거든요.”

    그녀는 내 손을 잡더니 일부러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여주었다.

    햇살을 머금은 커다란 월광석은 눈 부신 광채를 뿜어냈다. 하지만 그 목걸이를 보는 나는 마치 뺨을 얻어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예쁘죠?” 아이비는 달콤하게 미소 지었지만, 눈빛에는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도발이 숨어 있었다. “에단 씨가 그러는데, 이 ‘영원한 충성’을 의미하는 목걸이는 오직 저한테만 어울린다고 하지 뭐에요?”

    나는 가슴이 욱신거렸고 마치 누군가 무딘 칼로 내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았다.

    나는 쓰러지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와중에 완벽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예쁘네요. 아이비 씨한테 잘 어울려요.”

    나는 갈비뼈가 어긋난 고통을 참으며 허리를 굽혀 바닥에 흩어진 서류를 하나씩 주워 에단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알파님, 서류 확인해 주세요.”

    내가 이토록 침착한 태도를 보이자 에단의 눈빛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쳤다.

    내가 사무실을 나서려는 것을 본 그가 드물게 설명을 덧붙였다. “아이비가 막 돌아왔잖아. 환영 선물로 준 거니까 오해하지 마.”

    “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 없이 그의 사무실을 나섰고 에단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았다.

    퇴근 후, 나는 빌라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여긴 우리 두 사람의 흔적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 마치 모든 가구들이 전부 내 일방적인 사랑을 비웃는 것 같았다.

    나는 내 옷을 하나씩 개어 캐리어에 넣기 시작했고 그가 별 생각 없이 선물한 값비싼 장신구는 하나도 챙기지 않았다.

    나는 오직 내 물건 들만 챙겨 떠날 것이다.

    내가 캐리어를 닫으려는 순간, 뒤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에단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안나,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녀가 알파의 상속자를 데려갔다 제3화 잘 보상해 줄게

    리안나의 시점.

    나는 에단이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에단은 내가 입을 열어 해명하기도 전에, 성큼성큼 다가와 캐리어를 닫으려는 내 손목을 세게 움켜쥐었다.

    그는 정리를 마친 내 캐리어를 내려다보며 추궁하듯이 물었다. “아이비에게 주는 환영 선물이라고 설명했잖아. 지금 짐을 챙기는 건 뭐야? 가출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리안나, 내가 누누이 말했지. 넌 울프의 루나야. 루나로서 현명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잘생겼지만 차갑게 식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내 마음속에 무력감과 함께 씁쓸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는 항상 이런 식이다. 내가 겪는 모든 고통을 전부 억지 부리는 것으로 치부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와 무의미한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고, 그가 계약 해지 협의서에 대해 눈치 채는 것도 싫었다.

    “억지 부리는 거 아니야.” 나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옷장에 오래된 물건이 너무 많아서 계절이 바뀌는 김에 정리할 건 정리하고 버릴 건 버리려 했어. 어차피 낡은 물건을 버려야 새 물건을 들일 수 있잖아.”

    에단은 내가 하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듯 한참 동안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는 차분하기만 한 내 표정에서 예전 같은 원망의 기색을 찾지 못했다. 그제야 그의 안색이 조금 누그러지더니 내 손목을 놓아주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행이고.”

    “에단?”

    그때, 문밖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이비가 얇은 실크 원피스에 에단의 체취가 묻어나는 재킷을 걸친 채 나타났다.

    문틀을 잡고 선 그녀의 안색은 창백했고, 마치 언제라도 시들어버릴 것 같은 하얀 연꽃 같았다.

    “아이비가 왜 여기에 있어?” 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고, 심장이 무언가에 세게 찔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비는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낼 거야.” 에단은 아이비의 곁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그 익숙한 동작이 내 눈을 찔렀다. “아이비의 열성팬들이 요즘 들어 난리도 아니야. 아이비의 임시 거처까지 알아냈어. 그곳은 이제 안전하지 않아. 적당한 아파트를 찾기 전까지 우리 집에서 지내는 게 최선이야.”

    그는 경고 어린 눈빛으로 나를 돌아봤다. “아이비를 잘 대접해 줘. 루나인 네가 울프의 일원을 일부러 따돌렸다는 소문이 들리지 않게 말이야. 알겠어?”

    나란히 선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황당하게 느껴졌다.

    내 반려라는 사람이 자신의 첫사랑을 데리고 우리의 신혼집에 들어왔다. 심지어 루나인 나에게 그녀를 잘 대접하라고 명령까지 내렸다.

    “알겠어.” 나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이비를 잘 돌봐줄게.”

    하인들은 곧바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내 침실 바로 옆에 있는 방은 원래 미래의 아이를 위해 준비한 방이었지만, 이제는 아이비의 침실이 되었다.

    에단은 직접 나서서 아이비의 방을 꾸며주었고, 하인들에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라벤더 디퓨져를 준비해 오라고 했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는 날카로운 칼처럼 이미 만신창이가 된 내 마음을 반복해서 찔렀다.

    날이 어두워 졌고 나는 아프고 지친 몸을 이끌고 욕실로 들어갔다.

    따뜻한 물줄기가 몸을 씻어내렸지만, 피부에 남은 한기는 씻어내지 못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창백한 얼굴과 교통사고를 당해 가슴에 생긴 멍자국을 바라 보던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제 6일만 더 버티면 된다.

    6일만 더 참으면, 완전히 자유로워 질 것이다.

    심플한 슬립을 입고 욕실에서 나온 나는 자욱한 수증기 때문에 방에 누군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악!”

    발이 미끄러진 나는 짧은 비명과 함께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예상했던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고, 뜨겁고 단단한 품이 나를 받아주었다.

    에단의 큰 손이 내 허리를 단단히 감쌌고 다른 손으로 내 뒤통수를 받쳐주며 나를 꽉 끌어 안았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강렬하고 위험한 삼나무 향이 순식간에 나를 잠식했다.

    “왜, 이제 걷는 법도 잊었어?”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놔줘…” 나는 몸부림치며 똑바로 서려고 했다. “아이비와 함께 있지 않고 왜 여기에 있어?”

    에단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더니 나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그의 손가락이 젖은 머리카락을 따라 목 뒤로 미끄러졌다. 그곳은 늑대인간에게 있어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리안나, 내가 네 반려라는 사실을 잊지 마.” 그가 고개를 숙이고 뜨거운 숨결을 내 쇄골에 내뿜었고 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어젯밤은 우리 기념일이었어. 내가 말했지? 잘 보상해 주겠다고.”

    그의 손이 노골적으로 위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거친 손가락이 내 부드러운 피부를 어루만지며 낯선 불꽃을 일으켰다.

    3년 동안 결혼생활을 한 만큼, 그는 어떻게 하면 내 욕망을 자극할 수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안 돼… 읍…”

    내 거절의 말은 그의 강압적인 입맞춤에 목구멍에 갇혔다.

    그의 키스엔 그 어떤 애정도 담겨 있지 않았고, 오직 소유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나에게 벌을 내리는 것 같았다.

    그는 강제로 내 이빨을 벌렸고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격렬한 키스를 퍼부었다. 나를 통째로 삼키려는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급기야 나는 그에게 떠밀려 침대에 쓰러졌고 그의 커다란 몸이 나를 눌렀다.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실크 슬립이 미끄러져 내려 내 하얀 피부가 드러났다.

    에단의 눈동자에 원초적인 욕망의 불꽃이 타올랐고, 그의 입술이 내 목을 따라 점차 아래로 내려가더니 내 쇄골에 야릇한 붉은 자국을 남겼다.

    “에단…” 분위기에 취한 나는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고, 내 손톱이 그의 근육에 파고들었다.

    이 순간, 너무 치욕스러웠으나 나는 그의 따뜻한 함정에 빠져 자아를 잃고 말았고 머릿속엔 온통 마지막 남은 온기를 탐하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그 온기가 가짜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의 손이 내 슬립 아래로 파고들었고 그의 손바닥은 놀라울 정도로 뜨거웠다. 그가 완전히 나를 소유하려던 바로 그때.

    “악! 에단! 살려줘!”

    옆방에서 아이비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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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를 구하기 위해 나는 늑대 영혼을 부수고 은독을 받아들이며, 껍데기만 남은 결혼 생활을 3년이나 비굴하게 참아왔다.

    비 오는 밤, 내가 유산하게 되었는데, 그는 그런 내가 첫사랑의 축하연의 분위기를 망쳤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내가 이혼 서류를 건네자 그는 서류를 찢어버리고 나를 감금했다. 그는 내가 루나 자리를 탐낸다고 확신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내가 3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나는 강제로 파트너 연결고리를 끊고 세상에서 사라졌다.

    이후, 그는 왕년에 그의 생명을 구해준 과정의 진실을 알게 되었는데 내가 피를 토하며 죽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미친 듯이 모든 부족을 샅샅이 뒤지면 그녀를 찾았다.

    “신해란, 돌아와. 내 목숨을 너에게 배상해줄게.”

    나는 부족의 새로운 늑대 왕의 품에 기대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내 사랑은 이미 나의 늑대와 함께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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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의 왕의 후회 제1화 유산

    신해란의 시점

    밖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쳤다. 마치 번개가 별장의 지붕을 뚫고 들어올 것만 같았다.

    나는 메인 침실의 화장실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는데 차가운 바닥 타일 위에서 극심한 복통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내 자궁에 손을 뻗어 억지로 살점을 뜯어내는 것만 같았다.

    고개를 아래로 떨구자 하얀 타일 위에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짙은 피 냄새와 함께 기운 없는 페로몬 냄새가 섞여 올라왔다.

    나는 유산했다.

    3년 전, 늑대를 잃은 폐물이 되었고 내 몸은 강한 알파의 새끼를 품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한 번 더 도박을 하고 싶었다.

    이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권태하가 아이를 봐서라도 나에게 조금이라도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도박에서 졌다.

    그 작은 생명은 내 몸에서 미끄러져 나왔다. 움직임도, 심장 박동도, 심지어 늑대 새끼의 따뜻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산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피 덩어리에서 아직 형체를 갖추지 못한 작은 것을 들어 올렸다. 너무 작아서 털도 제대로 자라지 않았지만, 나는 그 작은 몸에서 권태하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눈물이 내 손등에 떨어져 피와 섞였다.

    “미안해… 아가, 미안해…”

    나는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

    그때, 휴대폰 화면이 밝아졌다. 권태하를 위해 특별히 설정한 알림음이었다.

    나는 황급히 통화 버튼을 눌렀다.

    “권태하!”

    목소리가 심하게 잠겨 있었다. “우리 아이가 없어졌어… 지금 어디야?”

    전화기 너머에서 권태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시끄러운 환호성과 박수 소리만 들려왔다.

    곧이어 부드럽고 달콤한 여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선명하게 들려왔다.

    “오늘 저의 시상식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송아리였다.

    그녀는 오메가임에도 불구하고 늑대족에서 보석처럼 여겨지는 여배우다.

    그녀의 목소리는 적절한 타이밍에 울먹였다. “이 길을 걸어오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왜냐하면 제 뒤에는 항상 가장 강한 알파가 서 있기 때문이죠.”

    “고마워요, 권태하 씨. 항상 제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전화기 너머에서 다시 뜨거운 박수 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어 “정말 천생연분이네요! “라는 감탄사도 들려왔다.

    그는 그곳에 있었다.

    내가 아이를 잃고 고통에 몸부림칠 때, 그는 다른 여자를 축하해 주고 있었다.

    “누구 전화야?”

    드디어 전화기 너머에서 권태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해받은 듯 짜증이 섞인 목소리였다.

    “신해란 씨한테서 온 전화 같아요.” 송아리의 목소리는 조금 무고하게 들렸다. “제가 받았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네요. 권태하 씨, 이제 케이크를 잘라야 하지 않나요?”

    “그래, 신경 쓰지 말고 빨리 케이크를 자르자.”

    권태하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오늘은 네 좋은 날이니까, 다른 사람이 분위기를 망치게 하지 마.”

    “뚜, 뚜, 뚜…” 전화가 끊겼다.

    욕실에는 다시 숨 막힐 듯한 정적이 흘렀다.

    “분위기를 망쳐?” 나는 검게 변한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렸지만, 눈물조차 흘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권태하의 눈에 송아리는 억울한 일을 당해 보호가 필요한 대상이었고, 나는 가문의 혼약을 빌미로 그에게 억지로 시집가려는 악독한 여자일 뿐이었다.

    그는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몇 달 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검사 결과를 들고 그에게 깜짝 선물을 주고 싶었다. 서재에서 업무를 처리하던 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 “바쁘니까 네 건강 검진 보고서 볼 시간 없어. 돈이 필요하면 오진한테 말해.”

    나는 검사 결과를 등 뒤에 숨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검사 결과는 그저 웃음거리일 뿐이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손에 든 차가운 것을 내려다봤다.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가족에게 알려야 할까?

    나는 연락처에 있는 ‘아버지’라는 이름을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결국 자조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나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신월늑대군에서 10년 넘게 밖에서 떠돌다 겨우 찾아낸 진짜 딸인 나는, 친부모의 눈에 그저 진흙투성이의 야생 소녀일 뿐이었다. 워커울프 가문과 혼인하여 이익을 얻기 위한 도구로 사용될 뿐이었다.

    그리고 내 신분을 10년 넘게 대신한 가짜 딸 최유라가 그들의 금지옥엽이었다.

    내가 권태하의 새끼를 지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루나의 자리마저 위태로워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들은 내가 완전히 이용 가치를 잃었다고 생각할 것이고, 신월늑대군의 체면을 깎아내렸다고 비난할 것이다.

    이 세상에, 나의 집은 진작에 없었다.

    “그래, 잘 됐어.” 나는 손가락으로 아직 제대로 자라지 않은 눈썹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아가, 엄마를 원망하지 마… 엄마가 조용한 곳에 데려다줄게.”

    나는 병원에 갈 수 없었다.

    병원에 가면 의사는 내가 늑대가 없다는 비밀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은 권씨 가문의 수치이자, 내가 마지막으로 숨기고 싶은 비밀이었다.

    그 해, 그를 구하기 위해 나는 마녀에게 그의 몸에 있는 독소를 모두 나의 늑대 혼에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나의 늑대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독을 대신 막아냈다.

    나는 세면대를 짚고 힘겹게 바닥에서 일어섰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하체에서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깨끗한 나무 상자를 찾아 부드러운 캐시미어 스카프를 깔았다.

    그리고 아이를 상자에 넣고 뚜껑을 덮었다.

    검은색 긴 원피스로 갈아입은 나는 신발도 신지 않고 상자를 품에 안고 별장을 나섰다.

    밖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비가 몸에 닿자 차가운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늑대 핵이 부서진 나로서 비를 맞게 되면 감염을 유발할 수 있지만, 나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정원 구석에 도착한 나는 진흙탕에 무릎을 꿇고 손으로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이 닳아 피가 스며 나왔다.

    나는 마치 감각이 없는 기계처럼 구덩이를 파고, 상자를 넣고, 흙을 덮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위에 돌을 올려놓았다.

    모든 것을 마친 나는 비를 맞으며 불이 환하게 켜진 별장을 바라봤다.

    나의 늑대의 혼은 의식 깊은 곳에서 미약한 울음소리를 내더니 완전히 침묵했다.

    늑대가 죽자 나는 갑자기 기침을 하며 검은 피 덩어리를 토해냈다.

    그것은 은독이 심장에 침투했다는 징조였다.

    마녀는 내가 검은 피를 토하기 시작하면, 3개월 정도 밖에 시간이 남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3개월…”

    나는 바닥에 고인 피가 비에 씻겨 내려가는 것을 보며 쓸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 고통스러운 날들도 드디어 끝이 나는구나.

    그날 밤, 권태하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 날, 연예 뉴스에서 송아리가 축하연에서 투구꽃이 소량 함유된 술을 마시고 알레르기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보았다.

    권태하는 밤새 그녀의 병상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켰다.

    늑대의 왕의 후회 제2화 네가 원하면 오고, 원하면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해

    신해란의 시점

    다음 날 오후.

    거실 소파에 앉은 나는 미리 작성해 둔 <파트너 해제 협의서>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흰색 잠옷으로 갈아입었지만, 몸에서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는 것 같았다.

    그때, 마당에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권태하의 부가티 베이론이었다.

    그가 돌아왔다.

    문이 열리고 권태하의 훤칠한 모습이 현관에 나타났다. 어제와 같은 검은색 정장을 입은 그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턱에 푸르스름한 수염이 자라 피곤해 보였다. 그가 들어오자마자 진한 향수 냄새가 풍겨왔다.

    송아리의 달콤한 페로몬이었다.

    현관에 발을 들인 권태하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손을 들어 코앞에서 휘저은 그의 금색 눈동자에 혐오감이 스쳤다.

    “이게 무슨 냄새야?”

    그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피비린내가 이렇게 심하게 나다니. 신해란, 집에서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는 내가 그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몰래 마녀의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가만히 쳐다봤다.

    예전의 나라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외투를 받아들고 슬리퍼를 건네며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소파에 앉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권태하의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가 큰 걸음으로 다가오자, 알파의 강력한 위압감이 나를 덮쳐왔다.

    “송아리가 어젯밤 병원에 입원했어. 큰일 날 뻔했다고. 네가 연기하는 모습을 볼 기분이 아니야.”

    “권태하, 우리의 아이가 죽었어. 어젯밤, 네가 송아리를 위해 축하 파티를 열어주고 있을 때.”

    내가 입을 열었는데, 평온한 나의 목소리에 나조차도 놀랐다.

    권태하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칫하더니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농담을 들은 것처럼 입 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차갑게 비웃었다.

    “아이?”

    내 앞에 다가온 그가 내려다보는 눈빛에 경멸감이 가득했다.

    “신해란, 네 수법이 점점 더 저급해지고 있어.”

    “송아리를 쫓아내기 위해 이런 거짓말까지 하는 거야?”

    “거짓말 아니야.”

    나는 정원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있어. 믿지 못하겠다면 파헤쳐 봐.”

    “그만해!”

    권태하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내 말을 가로 잘랐다.

    그는 내 턱을 움켜쥐고 억지로 고개를 들었다. 손아귀에 힘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턱뼈가 부서질 것만 같았다.

    “연기 그만해. 정말 역겨워.”

    “어제는 전화로 죽은 척하더니, 오늘은 아이를 핑계로 삼아? 신해란,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살 거야?”

    “송아리가 술을 잘못 마셨다는 이유로 질투가 나서 이러는 거야?”

    그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는 나는 갑자기 너무 지쳤다.

    설명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탁자 위에 놓인 서류를 그의 앞에 밀어 넣었다.

    “믿든 말든 네 마음대로 해.”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사인해. 권태하. 사인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어.”

    권태하가 눈을 가늘게 뜨고 탁자 위에 놓인 서류를 내려다봤다.

    서류의 제목을 확인한 그가 비웃음을 터뜨렸다.

    “파트너 해제 협의?”

    그는 서류를 대충 훑어보더니 다시 탁자 위에 던졌다.

    “신해란, 네 수법이 점점 더 저급해지고 있어.”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경멸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지난번에는 아픈 척하더니, 이번에는 떠나겠다고 협박하는 거야? 내가 믿을 것 같아?”

    “허영심 가득한 네가 어렵게 루나의 자리에 올랐는데, 쉽게 떠날 리가 없잖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보니, 찔리는 게 있나 보네?”

    권태하가 나에게 바싹 다가오자 눈빛에 혐오감이 가득했다. “3년 전, 내가 중상을 입고 의식을 잃었을 때, 루나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할아버지를 속여 혈맹 혼약을 맺었지!”

    “내가 왜 너를 증오하면서도 결혼했는지 알아?”

    그는 내 턱을 움켜쥐고 말했다. “탐욕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서야. 루나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했지? 그럼 그 빈껍데기를 지키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똑똑히 지켜봐!”

    나는 그를 가만히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소파를 긁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지난 3년간의 결혼 생활은 나를 향한 긴 처벌이었던 것이다.

    “송아리가 제때 도착해 독을 바꿔주지 않았다면, 나는 이미 죽었을 거야. 나를 구하느라 몸이 상한 송아리는 해외에서 요양해야 했고, 심지어 내 앞날을 위해 너 같은 악독한 여자와 결혼하라고 설득했어!”

    “송아리는 이렇게 착한데, 너는 뭐야?”

    “너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을 뿐만 아니라, 송아리가 목숨을 걸고 지켜낸 루나의 자리를 차지하고 떠나지 않으려 하고 있어!”

    나는 온몸이 떨리고 손톱으로 손바닥을 깊게 찔렀다.

    3년 전, 목숨을 걸고 그를 구해낸 사람은 바로 나였다! 은독의 고통을 견디고 늑대 혼이 사라진 사람도 나였다!

    “송아리가 아니야!”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3년 전, 당신을 구해낸 사람은 나야! 그때 나는…”

    “닥쳐!”

    권태하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것은 알파의 명령이었다.

    저항할 수 없는 힘이 순식간에 내 목을 조여왔다. 입이 억지로 닫히고 성대가 잠긴 것처럼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나는 두려움에 떨며 그를 쳐다봤다. 그는 가짜를 위해 내 말할 권리를 강제로 빼앗았다.

    “신해란,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원하면 오고, 가고 싶으면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해?”

    늑대의 왕의 후회 제3화 어디도 가지 마

    신해란의 시점

    권태하가 테이블 위에 놓인 계약서를 노려보는 눈빛이 당장이라도 나를 잡아먹을 것 같았다.

    “찢어!”

    날카로운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그는 내가 서명한 파트너 해제 협의서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찢어발긴 후, 내 얼굴에 뿌렸다.

    “이게 내 태도야!”

    그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 그것은 알파의 권위에 도전받았을 때의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신해란, 주제를 알아야지. 이런 식으로 내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그의 분노를 잠자코 지켜봤다.

    예전의 나라면 두려움에 몸을 떨며 그에게 화내지 말라고 애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 늑대가 죽었기에, 그의 알파 위압감에도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나 장난치는 거 아니야.”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권태하, 나 이제 너를 사랑하지 않아. 난 팩을 떠날 거야. 파트너도 그만둘래.”

    그는 자리에 멈칫했다. 아마 3년 동안 그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고분고분했던 ‘쓸모없는’ 내가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입에 담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곧 그의 놀라움은 더욱 깊은 분노로 변했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내 목을 움켜쥐고 차가운 벽에 세게 밀쳤다.

    그가 내게 가까이 다가오자, 뜨거운 숨결이 내 얼굴에 닿았지만 나는 오히려 한기를 느꼈다.

    나는 억지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숨을 헐떡였지만 저항하지 않았다. 그저 텅 빈 눈빛으로 그를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었다.

    아마 내 눈빛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손에 힘이 조금 풀렸을 때 그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권태하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 그는 나를 놓아주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의 얼굴에 번진 분노가 순식간에 긴장으로 변했다.

    “송아리? 무슨 일이야?”휴대폰 너머에서 송아리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러운 배경 소음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권태하… 나 좀 살려줘… 파파라치들이 너무 많아… 로그도… 아파트 입구를 막고 있어. 너무 무서워.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권태하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것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무서워하지 마, 송아리.”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내 귀에 거슬렸다. “안전한 곳에 숨어 있어. 전화 끊지 말고. 지금 바로 갈게.”

    그는 전화를 끊고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현관에 도착했을 때, 그는 무언가 생각난 듯 자리에 멈칫하더니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네가 어떻게 속죄해야 할지 깨닫기 전까지, 어디도 가지 못해.”

    말을 마친 그는 다시 현관으로 향했다.

    철컥,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가 밖에서 경호원들에게 지시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모님 잘 지켜. 내 허락 없이 저택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해.”

    엔진 소리가 빠르게 멀어졌다.

    저택은 다시 고요해졌다.

    나는 바닥에 흩뿌려진 종이 조각들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몸을 웅크리고 하나씩 주워 담았다.

    손이 떨렸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권태하는 몰랐을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정말로 그를 포기했다는 것을.

    나는 종이 조각들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권태하가 나를 위해 사준 고급 드레스나 값비싼 보석은 챙기지 않았다.

    나는 몸을 웅크리고 옷장 맨 아래에서 검은색 낡은 여행 가방을 꺼냈다. 그 안에는 내가 가진 몇 벌의 낡은 옷이 들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침대 매트리스 사이에 숨겨둔 검은색 위성 전화를 꺼냈다.

    이것은 내가 바운티 헌터였을 때 얻은 전리품이다. 권태하는 나를 시골에서 온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내가 이런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익숙하게 외운 번호를 눌렀다.

    “뚜-”

    한 번의 신호음이 울리자마자 전화가 연결되었다.

    “신해란?”

    전화 너머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무진이었다.

    한때 내가 수없이 쫓아다니며 암살을 지도하다가 결국 절친이 된 로그 킹이다. 그리고 내가 늑대 혼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차무진,” 나는 차분하게 말했다. “네가 그랬지. 내가 떠나고 싶은 날이 오면, 나를 데려가겠다고.”

    “지금이야?” 그는 군말 없이 물었다.

    “지금. 권태하의 저택에 있어.”

    “10분이면 돼.”

    전화를 끊은 나는 루나의 지위를 상징하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빼서 침대 옆 탁자에 올려놓았다.

    권태하는 문이 잠기면 나를 가둘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옥상 테라스로 통하는 문을 열고 밤하늘 아래로 걸어 나갔다.

    바람이 세게 불었지만, 나는 전례 없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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